통영의 봄날

백옥같은 도다리 살점 덩어리와
향긋한 햇쑥이 어울려 씹히는
환상의 콜라보에 한려수도
봄바다 기운 물커덩 젖어온다
연록빛 후광 햇살처럼 출렁인다

※[시작(詩作)노트]

<햇쑥과 봄 도다리의 환상적 만남 - 도다리 쑥국>

쪽빛 바다가 아름다운 통영의 봄은
도다리 쑥국과 함께 온다고 한다.
|봄에 살이 통통하게 차오른 도다리와 한려수도 해풍을 맞으며 추위를 뚫고 갓 돋아난 어린 쑥이 환상적으로 만난 것이 바로 도다리 쑥국이다.

요즘 통영항 주변 식당은 온통 이 도다리 쑥국 냄새로 가득하다.
도다리 쑥국 한 대접의 맑은 국물에서 뽀얗게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 후후 불며 한 술 한 술 뜨는 맛, 백옥 같은 도다리 살점 덩어리와 향긋한 햇쑥이 어울려 씹히는 그 맛엔 초봄의 연초록빛이 햇살처럼 출렁이고, 한려수도 봄바다 기운이 물커덩 젖어온다.
온몸이 생기로 가득 담겨지는 순간이다.

인도에서는 산스크리트어로 물고기를 ‘맛시야’라고 하는데 바로 이‘맛이야’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식도락가들이 이 맛을 놓칠리 없다.
통영항 주변엔 식도락가며 관광객들이 이 도다리 쑥국 한 그릇 맛보기 위해 총총히 발걸음을 옮겨가는 모습이 더욱 잦아지는걸 보면 움츠렸던 계절 보내고 소리 없이 기다리던 희망의 봄은 우리들 문턱에 왔나 보다.

도다리 쑥국은 쑥향이 생선 비린 맛을 없애주고 국물이 개운해 숙취를 말끔히 풀어주어 주당들에게도 그만인 것이다.
은은한 쑥의 향기와 신선하고 담백한 도다리 맛, 맑고 시원한 국물을 접하는 순간 춥고 음산한 겨울이 가고 만물이 용솟음치는 봄이 왔음을 입맛으로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도다리는 가자미류의 일종이나 넙치나 가자미에 비해 몸이 마름모꼴이며 몸에 크고 작은 반점이 산재해 있고 양 눈 사이에 돌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상이 얼마나 겔러 터졌으면/ 눈이 오른쪽으로 돌아갈 때 까지/ 모로 누워 허송세월 했을까/ 왼쪽 옆구리가 아예 배가 되었구나(이하 중략)’. 권오범의 ‘도다리’시에서도 읊고 있듯이 복부를 아래쪽에 두고 보아 눈이 왼쪽에 몰려있으면 넙치(광어), 오른쪽에 몰려있으면 도다리이다. 또한 입이 크고 이빨이 있으면 넙치, 입이 작고 이빨이 없으면 도다리로 구분하기도 한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란 말이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을 정도로 봄이 되면 그 맛이 일품이다.

도다리는 주로 1월부터 3월까지 고성 자란만과 당항만 등 남해안 연안에서 산란을 한다. 이때에 온 몸의 영양이 알과 정소(일명 곤이)에 모아지고, 산란을 한 뒤에 다시 새살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도다리의 맛도 최상이 된다. 도다리는 양식이 되지 않고 있다. 기술상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 때문인데, 넙치는 일년 먹이면 다 자라지만 도다리는 삼사년씩 걸리니 사료를 먹이면서까지 양식을 해봤자 경제성이 떨어지는 이유이다.

쑥은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자라지만 나라와 지역마다 그 종류와 성질이 다르다. 유럽이나 러시아에 자라는 웜우드라고 하는 쑥은 독성이 강하여 쓸 수가 없고, 프랑스 독일 등지에 자라는 압생트술의 원료로 쓰는 쑥은 간질발작이나 환각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 자라는 쑥은 우리나라의 쑥과는 조금 다르며 다른 나라에 자라는 쑥들은 모두 독성이 있어서 음식으로 쓸 수 없고 약으로도 쓰지 않지만 다만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쑥만이 독성이 약하거나 없고 신통한 약성을 지니고 있다.

쑥을 중국에서는 쑥애(艾)자로 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쑥 봉(蓬), 또는 쑥 봉(蓬)자에 명아주래(萊)자를 합쳐서 봉래(蓬萊)라고 쓴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봉래는 삼신산(三神山)에 자라는 이것이 바로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전해온다. 봉래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쑥을 가리키고 삼신산은 우리나라의 백두산, 지리산, 한라산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불로초는 바로 우리나라 땅에서 자라는 쑥이라는 뜻이다. 쑥은 성질이 맵고 쓰며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한, 열, 허, 실 모든 증상 치료 방법에 사용된다.

쑥에는 갖가지 영양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엽록소와 치네온, 세스커, 텔펜등의 정유성분과 무기질, 비타민A, 비타민B1 ‧ B2, 비타민C등이 아주 풍부한 알카리성 식물이며 철, 칼슘, 칼륨, 인 등의 미네랄이 다량 포함되어 아주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다. 쑥은 알카리성 식품으로 산성화된 현대인의 체질개선에도 그만이다.

쑥은 경맥을 잘 통하게 하여 피를 맑게 하고 위와 간장을 튼튼히 해주며 고혈압과 동맥경화에도 좋은 식품일 뿐 아니라 각종 부인병에도 효과가 있다. 쑥뜸과 좌욕, 훈욕 등에도 쑥은 유용하게 쓰인다. 또한 쑥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기도 하였다.
쑥을 냉장고나 재래식 화장실에 넣어두면 잡된 냄새가 싹없어진다. 그만큼 쑥은 나쁜 냄새나 공기 중에 있는 이물질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하다.

농약을 치는 밭주변이나 차량이나 사람의 왕래가 많은 한 길가에서 자란 쑥은 농약성분이나 공해물질을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자랄 수밖에 없다. 청정해역 섬자락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자연산 쑥을 최고로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잔설 희끗희끗/ 이른 봄날/ 섬자락 돌고 도는 언덕배기에/ 지천으로 돋아나는/ 햇쑥을 캔다/ 겨울 내내 묵혀 두었던 그리움 털어내며/ 사랑을 담는다/ 모진 바람결에 잠자듯 꿈꾸듯한 시린 세월/ 툭툭 뿌리치며 생명의 봄을 뽑아 올린다/ 밟혀도 밟혀도 일어서는 무지렁이들의/ 부활의 노래를 뿜어 올린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허리로 허리로 돌아가며/ 이어온/ 너희들의 한 맺힌 피울음을/ 마침내 햇쑥 향기에 풀었구나/ 오천년을 이어온 단군의 어머니/ 거룩한지고’ 필자의 졸시 ‘햇쑥’이다.

통영은 계절마다 제 맛을 내는 해산물들과 산나물들로 가득하다. 물메기, 대구, 하모, 개불, 멍게, 굴, 돌문어, 각종 조개류등과 방풍, 취나물, 쑥, 두릅 등등이며 미역, 파래, 우무가사리 등등이 지천으로 손쉽게 이런 먹거리들을 구하여 즐겨 맛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다. 통영에 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천은이며 축복이다. 그 축복받은 땅에서 이른 봄날에 백옥같이 살 통통 오른 싱싱한 자연산 도다리 한번 도다리 눈뜨고 곁눈질 하여도 애교로 통하는 계절이 왔다. 언땅 헤치고 쑤욱 쑥 솟아오른 햇쑥 향기도 함께 맡으시면서 부디 이 피어나는 봄날에 통영의 봄바다 기운과 맛에 한번 듬뿍 빠져 보시길.

이 맛 못 보시면 두고두고 후회 하실 겁니다.
식도락가님들이여!

*《통영의 봄은 도다리 쑥국으로 부터 온다》

(ᆢ중략)

향긋한 햇쑥에 배인/백옥 같은 도다리 살점 덩어리/한 입 베어 물면/
도다리가 혀끝에서 도글도글/감겨
오고/온 몸에 지잉징 바닷바람이 분다

뽀얗게 피어오르는 맑은 국물에서/
따뜻한 김 후후 불며/한 술 한 술 뜨는 맛/입안이 다 알알하이

도다리 쑥국 한 대접 속엔/초봄의 연초록빛이/햇살처럼 출렁거리고/
한려수도 봄바다 기운이/가릉가릉 담겨있다

어느 시인이/자다가도 일어나/
가고 싶어 했던 곳/통영의 봄 맛 일거나/

중앙시장 서호시장 발 닿는 곳마다/
도다리 쑥국 내음이/환상의 오케스트라 되어/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이렇듯 통영의 봄은/도다리 쑥국으로
부터 온다.

(필자의 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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