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심가(丹心歌)]

그대 곁 다가가려
애태운 그 시간들

길마다 설운 사연 다둑인 작은 숨결
간절함 하늘에 닿아
피워냈군 붉은 혼

*최진태 作

※시작(詩作)노트

아 아 나의 청춘의 이 피 꽃! - 동백꽃

정열의 꽃,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원색의 꽃, 동백나무는 이렇게 표현된다. 화려하고 강렬하기로 따지면 동백꽃만한 것도 없다. 모노톤 일색의 겨울 풍격 속에서도 식지 않은 열정을 꽃으로 피워낸다. 특히나 파란 하늘 파란 바다와 대비되어 선명한 붉은 빛으로 피어나는 동백꽃은 남도의 겨울부터 봄까지의 기억을 아름답게 추억하게 한다. 하얀 눈 위에 붉게 떨어진 핏빛 자국, 한 겨울 붉은 꽃으로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드는 동백꽃, 그 꽃은 꽃잎 하나 시들지 않은 채 꽃송이 그대로 툭 떨어져 생을 마감한다. 한 치의 미련 없이 그렇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왜 그를 순교자에 비유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선연한 아름다움이다.

실바람 한 오라기 없는 이른 겨울 아침 하얀 눈 위에 떨어지는 선혈을 보라, 동백은 늙고 병들어 사라지는 꽃이 아니기에 아쉬움이 더한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했던가, 박수 칠 때 떠난다는 사실, 떠난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는 사실은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꽃 색깔이 봄꽃처럼 붉고 선명하지만 무성한 나뭇잎 속에서 결코 자신의 화사함을 드러내지 않고 다소곳이 핀 모습은 순수한 여인을 상징한다. 실상은 지극히 정열적으로 불타는 모습이지만 결코 그렇게 보이지 않고 안으로 응집되어 절제된 강인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꽃이다. 이런 탓에 동백꽃의 꽃말은 ‘당신은 내 마음의 불빛’, ‘불타는 사랑’, ‘겸손한 아름다움’, ‘신중’, ‘침착’ 등 대부분 내면에 잠재한 뜨거운 정열과 외면에서 느껴지는 정숙미를 표현하고 있다.

예로부터 동백은 신성과 번영을 상징하는 길상의 나무로 취급되었다. 따라서 남쪽지방에서는 초례상에 산죽 대신 동백나무가 꽂혔다. 동백나무는 많은 열매를 맺기 때문에 다자다녀를 상징하게 되었다. 나아가서 이 나무는 여자의 임신을 돕는 것으로 믿어졌다. 예로부터 선비들은 동백을 매화와 더불어 엄한지우(嚴寒之友)에 넣어 치켜세우기도 하였는바 허백련 화백은 매화와 동백, 대나무를 ‘세한삼우’라 하였고, 매화, 동백, 수선을 ‘삼우군자’라 하였다.

동백은 다양한 꽃의 크기와 색깔이 있고 꽃의 모양은 홑꽃, 겹꽃, 반겹꽃 등이 있다. 우리 토종 동백꽃은 모두 홑꽃잎으로 이루어져 있고, 돌연변이를 일으킨 분홍동백과 흰동백은 아주 드물게 만날 수 있을 따름이다. 겹꽃잎이 여러 가지 색깔을 갖는 동백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이는 개량된 고급 원예품종이 대부분이다. 품격으로 따지면 토종 홑동백이 한 수 위다.

동백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것은 동백기름이었다. 동백기름은 뭐니 뭐니 해도 단아한 한국 여인의 머릿결을 맵시 있게 해주는 머릿기름으로 애용되었다. 진시황은 불로장생의 약으로 불로초와 불사약을 구하기 위해 동해로 사람을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 그 사신이 우리나라의 제주도에 와서 가져간 불사약이 바로 동백기름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일본 교토 쓰바키사(椿寺)에는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가 우리나라 울산성에서 훔쳐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바친 오색 동백이 아직도 살아 있다고 하는데 히데요시는 이 나무에서 얻은 동백기름을 즐겨 복용했다고도 한다.
동백의 목재는 재질이 굳고 치밀해서 최고급 목기, 악기, 농기구, 얼레빗 등을 만드는데 쓰였다.

동백은 시나 소설, 회화, 노래, 오페라 등 문학예술 작품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통영의 대표시인 청마 유치환은 “그대 위하여/목 놓아 울던 청춘이 이 꽃되어/천년 푸른 하늘 아래/소리 없이 피었나니/(중략)/그대 위하여선/다시도 다시도 아까울리 없는/아 아 나의 청춘의 이 피꽃”을 바치려 했다. 문정희 시인은 “뜨거운 술에 붉은 독약 타서 마시고/천길 절벽 위로 뛰어내리는 사람” 이라며 극적인 동백의 낙화를 표현했다.
박경리 선생은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서 “충렬사에 이르는 양켠에는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줄을 지어 서있고 아지랑이 감도는 봄날 핏빛 같은 꽃을 피운다”고 통영 동백을 묘사하고 있다.

통영 주변에 동백이 지천이다.
수우도, 우도 둘레길, 추도의 용두암 가는 해변길, 거제 지심도, 그리고 통영 미륵도 산양도로 일주를 한 바퀴 돌아 달아 공원에 이르는 도로변에 서있는 동백나무는 동백나무 가로수 중 가장 가로수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평판을 얻고 있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통영은 역시 동백의 도시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봄이 오고 있다. 이럴 때 청춘의 피꽃이 손짓하는 곳으로 발길 한번 옮겨본들 어떠하리오. 그 동백꽃 결기 듬뿍 받으면서 방풍이며 취나물 향기 물씬 나는 훈풍의 봄을 맞을 채비도 서두르자.

어디선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울려 퍼져 올 듯 한 시절이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
동백 아가씨
/서 안나

야야 장사이기 노래 쪼까 틀어봐라이/그이가 목청 하나는 타고난 넘이지라/동백 아가씨 틀어 불면/농협빚도 니 애비 오입질도 암 것도 아니여/뻘건 동백꽃 후두둑 떨어지듯/참지름 맹키로 용서가 되불지이

백 여시같은 그 가시내도/행님 행님하믄서 앵겨붙으면/가끔은 이뻐보여야/남정네 맘 한 쪽은 내삘 줄 알게되면/세상 읽을 줄 알게 되는 거시구만/평생 농사지어봐야/
남는 건 주름허고 빚이제

비오면 장땡이고/햇빛나믄 감사해부러/곡식 알맹이서 땀 냄새가 나불지/우리사 땅 파먹고 사는/ 무지랭이들잉께/땅은 절대 사람 버리고 떠나질 않제/암만 서방보다 낫제

장사이기 그 놈 쪼까 틀어보소/
사는 거시 벨것이간디/내 가심이 다 붉어져야

시방 애비도 몰라보는 낯술 한 잔/ 하고 있소/서방도 부처도 다 잊어불라요/야야 장사이기 크게 틀어봐라이/장사이기가 오늘은 내 서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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