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되고 안주가
되기도, 볼때기 살맛 한번 죽인다는
어두일미의 킹, 드물게 암컷보다
수컷을 더 쳐준다니 오매 기 살어

 

※[시작(詩作)노트]

"피가 되고 살이 되고/노래 되고 시가 되고/이야기 되고 안주 되고ᆢ."가수 강산에의 노래 '명태'는 이렇게 시작된다.

양명문 시에 변훈 작곡, 성악가 오현경이 부른 가곡 '명태'도 시가 되고 안주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며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허허허/

명태 허허허 명태라고 음 허허허허/ 쯔쯔쯔/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고 했다.

내장은 창란젓, 알은 명란젓, 아가미로 만든 아가미젓,

눈알은 구워서 술안주하고, 괴기는 국을 끓여먹고, 어느 하나 버릴게 없는 명태는 한국에서 과거에 워낙 많이 잡혔고 많이 먹는 생선이라, 다른 국가에서도 명태를 부르는 어원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일본에서도 명태(明太)는 한자를 그대로 써서 '멘타이(めんたい)'로 읽고, '명란젓'은 '멘타이코(明太子)'라고 읽는다. 그리고 중국의 동북 지방에서는 조선족의 영향으로 밍타이위(명태어, 明太鱼)라는 말도 쓰이며 대만에서도 명태(明太)라는 단어가 그대로 쓰인다. 또한, 러시아에서도 명태를 '민타이(минтай)'로 읽는데, 한국어가 중국 동북 지방을 거쳐서 전해졌을 확률이 매우 높다.

한국어 이름이 있는 생선 중 유일하게 별명이 수십 가지나 되고 각각의 조리법에 전부 다 이름이 따로 있는 생선이 명태인데, 다른 이름들은

북어 동태 황태 노가리 명란젓 기타

먹을거리로 친숙한 물고기로, 지역이나 조리 방식에 따라 호칭이 다양하다. 명태의 각종 이름을 모두 따져보면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의 물고기 가운데 가장 호칭이 많은 물고기라 할 수 있다.

생태: 말리지도 않고 얼리지도 않은 것. 즉 어떤 가공과정도 거치지 않은 생물 상태를 일컫는다.

북어: 꺼내 말린 것.

코다리: 반쯤 말린 것. 보통 양념을 곁들여 요리해 먹는다. 전문점도 있다. 코다리 냉면이란 것도 있는데 비빔냉면에 양념된 코다리를 올린 음식이다. 생각보다 맛있다.

동태: 겨울에 잡아서 얼린 것.

황태: 잡아서 얼리고 말리는 것을 반복해서 3개월 이상 눈과 바람을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건조한 것. 황태를 만드는 곳을 덕장이라 부른다. 한국의 덕장은 모두 동해안에 위치하며 용대리 덕장이 가장 유명하다. 본래는 함경남도 원산시 지역이 덕장 중심지였는데 분단 이후 이곳에 덕장들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강원도 인제군의 원통리를 넘어가면 죄다 황태집이다.

그밖에도 낙태(落太),

노가리: 어린 놈을 말린 것. 이야기를 잘 하거나 거짓말을 자주 쓰는 사람더러 "노가리 깐다"고 표현하는 동남 방언이 있는데, 이는 명태가 낳는 알의 개수가 어마어마하한 데서 기인한다.

파태, 흑태(=먹태), 무두태, 짝태, 깡태, 백태, 골태, 봉태, 애태, 왜태, 꺽태, 난태, 낚시태: 낚시로 잡은 명태. 값이 조금 더 비싸다. 망태, 막물태,

일태, 이태, 삼태... 십이태,

추태, 춘태, 원양태: 넓고 큰 바다에서 잡은 명태 등 참으로 이름이 많다.

옛 책에도 "여염집과 가난한 사람들까지도 마른 고기를 제사에 쓸 정도로 흔하고도 쓸모 있는 물건이다."라고 기록되었을 만큼 명태는 우리 민족과 친숙한 물고기, 즉 국민 생선인 것이다.

명태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되고 안주가 되는 시절이 왔다가 지나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오늘 대구탕 한그릇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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