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방앗간을

눈 비 오는 날 불 밝힌 포차
뽀얀 국물 맛에 시원하게 길 닦는
소주잔, 다음 날은 속 씻어내준다
하니, 병 주고 약 주는 겐가
취객들의 원색적 농은 덤으로

[시작(詩作)노트]

'홍합'하면 권천학의 시가 먼저 떠오른다.
"(..)끓여도 끓여도 열리지 않는 문/
죽어서도 문을 열지 못하는/그 안에 무슨 비밀 잠겼을까?/남의 속은 풀어 주면서/제 속 풀지 못하는 홍합의 눈물/그토록 깊이 단단했구나(..)"

담치, 참담치, 섭조개, 합자 등으로 불리는 홍합은 가장 대중적이며 우리와는 친숙한 조개류 중의 하나이다. 홍합은 굴이 자웅동체인 것과는 달리 자웅이체이다. 따라서 담치는 담채에서, 홍합은 담치 암컷의 붉은 살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추운 겨울 또는 눈ㆍ비 오는 날 어둑어둑 어스름이 깔릴 무렵 출출해지며 소주 한 잔이 생각 나는 날, 백열등 불빛 포장마차에 들어설 때 제일 먼저 생각 나는건 역시 따뜻하고 뽀얀 국물에 담백한 맛까지 섞여있는 시원한 홍합탕일 것이다. 이 어찌 주객들이 입맛을 다시지 않으리오.

홍합은 그 생김새로 인해 예로부터
여성을 상징하는 조개로 불리어 왔는데 대표적으로 한창훈의 소설에도 등장하고 있다.

원래 홍합은 토산종 담치를 가리키는 말인데, 그러나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말이 있듯이 바로 진주담치에 밀려난 홍합의 처지가 그러하다. 번식력 강한 지중해 담치 등 외래종 담치가 우리나라 연안으로 유입되면서 토산종은 밀려나게 되었다. 그래서 토산종을 담치 중에 진짜 담치라 해서 참담치, 외래종을 진주담치로 부르게 된 듯 하다.

기능성 성분인 타우린 함량이 굴 다음으로 많아서, 당뇨병 예방, 시력 회복 등에 효과적이고 함황아미노산은 전복 다음으로 많아서 간기능 향상, 피로 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 번식력 강한 외래종 진주담치 덕분에 우리나라 연안에는 홍합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울릉도를 비롯한 남해안 도서지역에서는 아직 홍합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울릉도 사람들은 이 홍합을 이용해 홍합밥이라는 특산물을 개발했다. 청정해역에서 잡은 홍합을 잘게 썰어 양념과 함께 쓱쓱 밥을 비벼 먹는 것인데 한번 이 맛을 본 사람은 다시 찾게되는 울릉도만의 독특한 매력을 안겨주고 있다.

오늘 저녁 퇴근길에 얼큰한 홍합탕에 소주 한 잔 기울일 옆지기 어디 없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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