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게 다가 아녀

오돌톨톨 울퉁불퉁 미끈미끈
밟아도 밟아도 일어서는 민초들 후예
한 토막 잘근잘근 씹어 보슈
온통 바다의 향 너머로
불끈불끈 솟구치는 남성의 기개를

 

[시작(詩作)노트]

해삼(海蔘)은 바다의 인삼으로도 불린다. 해삼에는 아이너리 하게도 인삼처럼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해삼을 바다의 삼이라 부르게 된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해삼은 예로부터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쥐처럼 밤에만 돌아다닌다고 해서 해서(海鼠), 모양이 남성 생식 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해남자(海男子), 바닥에 사는 고깃덩이라는 의미의 토육(土肉), 검은 벌레라는 뜻의 흑충(黑蟲), 모래 위에서 물을 뿜어낸다고 해서 사손 등으로 기록 됐다. 서양에선 오이처럼 생겼다고 바다의 오이(see cucumber)라고 부른다. 해삼이란 단어는 명나라 말기에 수필집인 '오잡조'(1600년 전후)에 처음 나온다.

해삼은 어류는 물론 아니며, 몸이 부드럽기 때문에 연체동물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성게나 불가사리와 같이 껍질에 가시 같은 게 돋는 동물인 극피동물이다.

해삼은 색깔에 따라 청해삼, 홍해삼, 흑해삼 등으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같은 종이다. 다만 선호하는 먹이와 서식처에 따라 표면의 색깔이 달라졌을 뿐이다. 바위에 부착된 홍조류를 주로 먹고사는 해삼은 붉은 색을 띠고, 내만의 펄 속 유기물을 주로 먹고사는 해삼은 암록색이거나 암흑색을 띤다. 홍해삼은 생산량이 그리 많치 않으며 쪄서 말린 홍삼과 비슷해서 값이 더 나간다.

또한 해삼은 향이 있는데 차(茶)와 마찬가지로 씹으면 씹을수록 뒷맛이 남는 향이 진하다. 혹자는 바다의 향을 엑기스화 시킨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해삼을 비스듬히 얇게 썰어 그릇에 담으면 바깥 부위에 붉고 검푸른 색깔에서 부터 안쪽 조직의 흰 색깔까지 다채로운 색채을 볼 수 있어 눈이 즐겁다. 이걸 일러 '색깔의 춤을 춘다'고 정현종 시인은 말하고 있다.

해삼은 끈질긴 민초들의 삶 마냥 재생력이 아주 강하다. 적의 피습을 받거나 강자극을 주면 창자를 버리거나 몸을 스스로 끊어버리기도 하는데 반면에 재생력이 아주 강해서 수개월 정도 지나면 파손된 곳이 다시 재생된다.

해삼은 앞서 언급했듯이 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며 나이아신, 철분, 칼슘, 인, 무기질이 풍부하여 혈액 정화와 피부 미백 효과가있다. 항염증, 항암, 위궤양, 고혈압에 좋으며, 말려서 한약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여자에게는 임신 전후로 몸을 보하고 남자에게는 체력보강 식품으로 추천된다. 일반적으로는 날로 먹으며, 데친 후 물회로 이용되기도 한다. 해삼의 연골에는 콘트로이틴 성분이 들어 있어 내장을 보호하고 술독을 중화시키며 피부 노화를 예방하기 때문에 수산식품 중 최고의 강장식품으로도 손꼽힌다.

해삼은 점탄성을 보이기 때문에 처음엔 부드러우나 자극을 주면 딱딱해진다. 그래서 씹으면 씹을수록 딱딱해지는 식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씹을수록 식감 자체는 상당히 진미이다.

해삼 창자로 만든 젓갈은 일본말로 '고노와다'라고 하는데 향이 강하고 맛이 뛰어난 고가식품으로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식품이다. 길다란 창자를 정갈스럽게 씻고 다듬어 좋은 정제염을 적절히 넣은 후 봉한 다음 1주일정도 지나면 젓갈 특급품이 된다. 또한 짚과 해삼은 상극인데, 해삼을 짚으로 묶어 놓으면 흐물흐물 녹고 만다. 그래서 민간요법으로 해삼을 먹고 탈이 나면 짚을 달여먹기도 했다. 볏짚에 있는 고초균(枯草菌) 때문이다.

예전부터 맛보다는 오히려 건강을 위해 더 식용했을 법한 해삼, 횟집어서 본 메뉴가 나오기 전, 단순한 에피타이저로만 생각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리 귀한 해삼의 가치를 알았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해삼 한번 드셔 보시지 않을런지요? 다소 비싸지만 흔치 않은 홍해삼이 눈에 들어 온다면 큰 마음 먹고 웬 횡재냐 하면서 장바구니에 과감히 담으셔도 좋을 듯 하다. 온 가족의 건강과 부부금슬 화목까지 생각한다면 말이다.

e-mail: gi7171gi@naver.com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