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독존(唯我獨尊)

내가 나를 안아본다
핏빛 절망을 딛고
마침내 눈물 속에 피어난 그대
저만치서 노란 망또 걸친 채
환하게 웃고 서있다

[시작(詩作)노트]

수선화는 물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연모하여 빠져 죽어서 꽃이 된 미모의 청년을 기리는 꽃이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 사랑, 자존감, 고결, 신비이다. 영어로 나르시스(narcissus)라고 한다. 자신의 내면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다 결국은 자신의 세계에 갇혀버리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가진 수선화의 전설을 떠올린다. 허나 역설적으로 이 슬픈 전설을 딛고 당당하게 피어난 노란 수선화에 더 눈길이 감은 왜일까?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란 말은 석존이 태어났을 때 일곱 발자욱을 옮기며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르키며 하셨다는 말씀이다. 여기서 '유아독존(唯我獨尊)'이란 '진리를 깨친 자신이나 성스러운 현자나 똑같이 높고 존귀하다는 뜻이다.' 유아독존은 독불장군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나'는 모든 생명의 주체라는 의미로서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존귀하다는 생명 존엄성의 다른 표현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M 스캇 펙(Scott Peck)은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는 느낌은 정신 건강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자기훈련의 주춧돌이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신이 존귀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일,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하는 일, 모든 생명이 존귀함을 깨닫는 일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본래의 의미인 것이다. '우주를 관통하는 오직 하나의 나', 만공스님은 그걸 '세계일화(世界一花)'라 불렀다.

유아독존이란 말은 '나'는 아상(我相)에 붙잡힌 '나'가 아니요, 독불장군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내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다른 사람도 나를 함부로 하지 않는 것, 남에게 대우받으려면 먼저 다른 사람을 잘 대접해 주어야 하는 것이 정한 이치일진데 이 세상에 자신보다 더 귀한 사람은 없는 것이다. 도산 안창호의 '애기애타(愛己愛他)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할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눈물이 날 때도 있고, 고개를 떨굴 때가 있다. 힘에 겨워 지칠 때,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 이 눈물과 아픔도 다 이겨내고 보면 내가 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멋진 존재가 아니겠는가.

《수선화/최진태》

고요한 아침 여는 해맑은 성자 얼굴/
고즈넉한 법당에서 종소리 울리는듯/
경건히 두손 모으고 다가서는 그대 앞

양지녘 자욱자욱 그대 발길 정겨웁다/나팔수 목청 높혀 봄이야 외침 소리/다소곳 꿇어앉아서 기도하고사랑하리

물깊은 바람 소리에 피었구나 떨면서/눈물이 고여있네 바다보다 푸르른/건지면 건져낼수록 부서지는 그림자

하며 하며 터질 것 같은 아실 아실 저 생명/그러다가 그러다가 죽었던 가여운 넋/살아나 다시 살아나 죽는구나 또 다시

고운님 받자와서 뿜어낸 맑은 눈빛/
그렇듯 무심한 듯 빙그레 미소 짓나/
오늘 난 해탈한 신선 그대 통해 보았네

초승달 불러들여서 시한 수에 술 한 잔/수줍은 섬섬옥수 바르르 떠는 옥잔/까맣게 지새운 밤도 오늘만은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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