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바다 서남쪽, 미륵도, 사량도, 두미도, 욕지도 한가운데 있는 섬이 추도다. 추도에서 서쪽을 보면 남해군 미조마을이 보인다.

추도는 물메기의 섬이다. 겨울철 대표적인 별미로 꼽힌다. 하지만 어획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하루에 4~500마리를 잡던 사람들이 4~5마리를 들고 오는 날도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와 수온 상승 영향으로 보인다.

같은 바다에서 잡은 물메기지만 추도 물메기가 으뜸으로 꼽히는 건 추도 특유의 물맛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위장병에 좋다고 소문난 우물물로 물메기를 손질한다. 수량도 풍부하다.

물맛은 토질과 더불어 수종이 결정하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후박나무다. 한약재로 이용하는 후박나무 껍질은 위장병과 천식에 좋다.

통영에 단둘뿐인 천연기념물의 하나가 추도 후박나무다. 1984년 11월 19일 천연기념물 345호로 지정되었다. 나이가 무려 500살로 추정된다. 굵기도 굵다. 높이 약 14.4m, 가슴 높이 둘레는 3.67m, 남쪽 줄기 둘레 2.26m, 북서쪽 줄기 둘레 2.1m다.

중간에 갈라진 줄기 하나는 바다를 향해 수평으로 뻗어있고, 하나는 위로 자라고 있다. 수관은 동쪽으로 8m, 서쪽으로 7.2m, 남쪽으로 7m, 북쪽으로 7.4m로 골고루 퍼져있어 전체적으로 둥근 모습이다. 보호구역이 314m2로 꽤 넓다.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후박나무 그늘에 함께 공생하고 있는데 울이 넓어 방풍림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500년을 살았으니, 임진왜란도 목격한 나무다. 매우 드문 일이다. 앞바다를 누비는 이순신 장군을 만날 때 이미 백수를 누리고 있었다. 기나긴 세월 살아낸 것만으로도 칭송과 존경을 받을 만하다.

주민들은 후박나무가 마을을 보호한다고 믿는다. 당연하다. 물심양면으로 마을을 지켜주었을 것이다. 바람을 막아주고, 물을 맑게 해주고, 그늘을 제공하고,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있을 때 후박나무 아래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다툼이 있는 이웃들을 나무 아래 불러서 화해도 시켰을 것이다.

후박나무는 녹나뭇과의 늘 푸른 나무다. 통영, 거제, 제주, 울릉도 등 따뜻한 남쪽 섬이나 해안 가까이에 자란다.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 자라는 자웅동주이다. 꽃은 5~6월에 황녹색으로 피고, 열매는 다음 해 7~8월에 자흑색으로 열린다. 수령이 긴 후박나무는 웅장한 맛을 주고 아름다워서 정원수와 공원수로 이용된다.

성성한 가지 아래 파란 지붕 위 가득 쌓인 검정 열매들. 지난해 떨어진 열매들이 까맣게 익어 봄을 맞고 있다. 너른 품 아래 싹을 틔운 어린잎은 후박나무의 자식일까? 아니면, 함께 공생하고 있는 돈나무, 느티나무, 예덕나무, 꾸지나무, 보리밥나무 중 어느 나무의 자식일까? 아마 모두의 자식일 것이다.

미조마을이 서쪽 바다를 향해서 편안하게 앉아있는 것은 용머리섬 덕택이다. 섬사람들에게 제일 무서운 것이 바람인데, 남쪽 바람을 막아준다. 모양도 예뻐서 사진 찍는 이들에겐 영감의 포토존이 된다. 방파제 안팎으로 드나드는 배들과 아스라이 멀어지는 수평선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방풍림 하면 으레 단일 수종의 나무들이 늘어서거나 복합수종으로 길게 늘어선 모습이다. 하지만 추도 후박나무는 거의 나무 한 그루가 숲을 이루어 드센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한다. 마을 주민들에게는 고맙고 귀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후박나무를 잘 가꾸고 보호할 뿐만 아니라, 용머리섬 나무 한 그루도 손대지 않는다. 사람이 나무를 살리면, 나무는 사람을 살린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따지는 것도 의미 없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게 없이 더불어 어울려 살아왔다.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