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영혼과 영혼의 교감,
울컥 목이 메인다
무심한 듯 달관한 저 아린 눈빛
불이법문(不二法門) 한 소식
들려오는 듯

*불이법문(不二法門): 대립하는 두 존재가 본질적으로 볼 때는 둘이 아니라는 것을 설(說)한 법문 (반려견과 인간 역시..)

[시작(詩作)노트]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이 갈수록 고립되면서 개는 가족의 반열에 올랐고, 사람과 같은 급으로 대접받게 되었다. 개만큼 사람과 지근거리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동물도 드물 것이다. 개는 붙임성이 좋고 한번 맺은 관계에서 헌신적이고, 흐린 데 없이 맑고 명랑한 동물임에 틀림없다.

‘침입종 인간’의 저자는 “인간이 개를 가축화한 건 도구의 발명과 맞먹는 도약”이라고 강조한다.

실로 개는 둥그스름한 원통의 바퀴처럼 움직이고, 몸뚱이로 부딪치고 뒹굴면서 활기와 생기로 충만한 동물이다. 사람과 개가 교감할 때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솟는다고 한다. 아기를 낳거나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 특히 많이 나오는 ‘사랑 호르몬’이다. 사람과 개가 사랑스러운 감정을 나누는 본질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감정과 같다는 얘기이다.

인간이 개를 바라보면 개도 인간을 바라보고 눈을 맞춘다. 이것은 단순히 반려 동물과 감정을 나누는 행동이 아니라 오늘날의 인류를 만든 중요한 사건의 하나라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개만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감수성이다.

‘장구피(皮)’는 개 가죽을 으뜸으로 친다던데, 프랑스 사람들이 감격해 마지않는 사물놀이패의 악기 중의 하나가 그 장구라는 걸 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때론 저들도 사람만큼 표정이 다채롭고 풍부함에 놀랄 것이다. 먹이를 줄 땐 침을 흘리면서 꼬리를 달랑거리며 다가와 환하게 기쁨을 표시하고, 혼자 두고 외출할 때에는 금방 두 귀가 처지며 시무룩해지는 표정을 짓는 걸 한번 보시길. 사람과 반려견과의 정서적 유대감도 이런 감정의 소통과 공유의 결과물이 아닐까.

AI 로봇 등이 인간의 자리를 메꾸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감성지수를 만족시키고 따라가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일 듯하다. 그러한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 바로 반려견이다.

“개는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 길러져 주인을 잘 따르는 충직한 반려동물이다. 나아가 개는 이제 애정의 대용물이 되어 인간을 고독으로부터 방어한다”라고 이어령은 말하고 있다.

어느 한 시인은 한 사람이 내게 온다는 것은 온 우주가 들어오는 것이라 비유했다. 그렇다면 한 반려견이 내게 온다는 것은 온 우주가 들어온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개를 우리의 삶에 들이기로 했다는 것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기로 한 것이라 여겨진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으로 시작하는 결혼 서약처럼, 건강하고 사랑스럽고 예쁠 때만이 아니고, 늙고 병들고 초췌해져도 끝까지 책임진다는 자세 역시 반려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이고 도리일 터.

애완동물은 주인의 펫(pet)에 머물지만, 반려동물은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의 반려자이며 동료이고 동반자일 뿐만 아니라 사회공동체를 구성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위치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줄 때가 되었다.

개의 학명이 ‘카니스 루푸스 파밀리아스(canis lupus familiaris)’인 것처럼 개 특유의 친화력은 어느 동물도 따라오지 못한다. 학명에 ‘가족, 파밀리아스(familiaris)’라는 의미가 들어 있는 동물은 개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개 행동심리학자인 마크 베코프(Marc Bekoff)는 “사람들은 개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일갈한다. “개와 함께 산다는 것은 늘 수많은 협상이 이루어지는 평생 동안의 헌신”이라는 그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이제 “잘 키운 반려견 한 마리 열 친구, 열 이웃 안 부럽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긴긴 세월 소통과 공감으로 인간의 곁에서 큰 힘이 되어 주었던 그지없이 순수하고 맑은 어린아이의 눈매를 닮은 저 반려견처럼만 되고지고라고.

저 반려견만큼만 만나는 사람, 연인들, 이웃들, 벗님네들과 바람처럼 새털처럼 가볍고 의미 없는 교류와 소통이 아닌, 신의롭고 정겹고 따뜻함을 주고받으며 한결같이 훈훈한 관계가 이어지고 번져 나가길 소망해 본다.

끝으로 조시 빌링스의 “개는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당신을 사랑해 주는 유일한 존재다”라는 말을 들려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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