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萬波息笛)*

그대 일러 슬픔을 덜기 위하여
태어난 악기라고 한다지
그대 목소리는 애잔함의 표상이지만
그 선율로 인해 우리는 늘 윤슬처럼
환해지는 세상을 경험한다네

*만개의 파도(번뇌)를 잠재우고 가라 앉히는 피리.
**팬플룻(Panflute) 악기를 지칭.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시작(詩作)노트]

팬플룻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멀리 눈덮힌 안데스 산맥 고산 준령을 넘나드는 전설의 새, 콘도로(Condor)를 떠올리게 되고, 영험하고 신비로운 고대 잉카문명을 생각케 된다.팬플룻트(Panflute)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牧神목신) , 팬(pan)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팬은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짐승의 모습을 한 반인반수의 신으로, 요정 시링크스(syrinx)를 몹시 사랑했다. 그러나 시링크스는 그를 너무 싫어한 나머지 강(江)의 신인아버지에게 부탁하여 스스로를 강가의 갈대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팬은 그녀를 몹시 그리워하며 강가에 나가 갈대를 꺾어 불었는데, 이것이 팬플루트의 기원이 되어 '팬의 피리'라는 의미의 팬플루트가 되었다고 한다.

팬플루트는 루마니아의 전통악기 이지안 루마니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형태를 가진 악기들이 출현하여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팬플루트는 한 쪽이 막혀있는 여러개의 관을 차례대로 연결시켜 놓은 원시적인 형태로 되어있으며 각각의 파이프 윗부분에 입술을 대고 바람이 스치도록 불어 소리를 만들어 낸다. 팬플루트의 소리는 매우 곱고 아름다우며 마치 새벽이슬처럼 맑고 깨끗하다. 또한 환상적이며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낼 수 있는 악기이다.

현대에 이르러 루마니아 출신의 게오르그 장피르라는 탁월한 연주가가 등장하여 '외로운 양치기(lonely shepherd)'라는 매우 환상적인 곡을 발표함으로써 팬플루트라는 악기의 특징을 유감없이 들려 주었다. 그로 인해 현재는 많은 팬플룻 연주자와 애호가들을 탄생 시켰다.

《팬플룻 찬가》

- 최진태 - 

그대 앞에
경건하게 두 손 모은 후
간절하고도 긴긴 입맞춤 다하면
깜깜한 어둠 속
내밀한 붉은심장 너머로
파르르 떨림이 일어난다
그대가 깨어나는 소리다

닫혔던 비밀의 문 서서히 열리며
아롱아롱 수런수런
축복의 성가 소리까지
어느덧 영혼의 울림되어
천상의 뮤즈신 왕림한 듯
오색 무지개 빛
천년의 바람 소리로 태어난다

그대 일러
슬픔을 덜기 위하여
태어난 악기라고 한다지
그대 목소리는
애잔함의 표상이지만
그 애잔한 선율로 인해
우리는 늘 윤슬처럼 환해지는
세상을 경험한다

천일 천밤을 돌아
또 이 밤을 지새워도
싫지 않은 그 소리에
천인이 은혜롭고 만인이 행복하다
만파식적(萬波息笛)이로다

어느새 초록의 마음되어
보석같은 시 읊조리는 시인이 된다
무대 위에 선 광대가 된다
오늘 난 그 소리만 먹고
가벼웁게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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