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고개

아슴아슴 젖어드는 노을 사이로
신열 달뜬 선홍빛 섬들 울을 삼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오백년 쯤
아우르며 살고 싶다는 생각
쌍무지개 되어 걸려 있는 곳은?

[시작(詩作)노트]

통영대교는 통영 8경 중의 하나로 손꼽히며, 통영의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통영시 미수동과 당동을 잇는 아치 형태의 쭉뻗은 이 통영대교의 길이는 391미터, 폭은 20미터이다. 푸른계열의 조명인 196개의 투광등이 설치돼있다. 통영대교는 미륵도로 들어가는 중요한 관문이다. 그 전에는 충무교가 그 역할을 했고, 그 옛날에는 착량교가 미륵도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일조하였다. 통영대교와 그 부근에 있는 해저터널, 통영운하 등은 통영의 명물로 손꼽히고 있다.

《통영대교》

/최진태

문향 가득한/연필등대를 수문장처럼/
저만치 양켠에 세워두고/통영의 목 판데목이 목을 늘리고/누워있는 곳에 우뚝 자리잡고 있는/그 아래로/
곤리도 학림도 추도 사량도로 뻗어
가는/뱃길따라 그렁그렁 갯선들이 오고 간다.

연대도 들어가는 달아포구 선착장을/
한걸음으로 가려면 지나야 하는 다리/쌍무지개 같기도 한 다리 끝자락엔/물고기 비늘 가득 담은 코발트빛 바다 물결이/천상의 언어인냥 대형 벽화 되어 출렁 거리고/길 건너면 미륵세계 풍경소리 귓전을 맴돈다/만선의 꿈을 안고 뱃전 가득 꽂은 깃발도/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다투어 펄럭거린다/
코리아 판타지가 바닷길 물결따라 흘러나오고/한아름 대여의 꽃을 안은 김약국의 딸들은/오늘도 명정샘가를 서성거리며/미수동 골목길엔 흰소와 황소가 어슬렁 거린다

새터 국밥집의 물메기탕 한 그릇 뚝딱
비우고/산양 탁배기잔에 돌문어 한 점 질겅거리며/통영대교 위에 서보라!/아슴아슴 애가 타게/
젖어드는 노을 사이로/소록소록 솟아오는 푸른 그리움들이/
멸치떼로 뒤덮힌 뱃길따라/운무되어 떠다니는 이곳에 서면/누구나 한번쯤은 한려수도 낙조에 물든/
신열 달뜬 선홍빛 섬들이 된다/
그 섬자락들 울을 삼아/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오백년쯤/아우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곳 통영대교 위에 서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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