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차 한 잔 올리며

그대의 멋진 삿갓도 머리보다 크면 헛 돔
공들여 매만지면 편하게 쓸 수 있죠
감투가 머리보다 더 커
하는 일이 다 어린* 것도
고쳐 쓸 수 있을까요? 묻노니 님*께

*'어린'은 옛말로서 '어리석은'의 뜻
*조선 후기의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

[시작(詩作)노트]

조선 중기 학자 화담 서경덕 시조의 초장에는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하는 귀절이 나온다.

여기서 '어린'은 '어리석다'의 옛말이다. 야담에 따르면 황진이는 생불(生佛)이라 불리던 지족선사를 유혹하여 파계시켰다. 또 서경덕도 유혹하였으나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학문에 몰두하였다. 하여 서경덕의 인품과 덕망에 감동하여 평생 스승으로 모시며 사제지간으로 지냈다고 한다. 이 후 둘은 각자의 길을 갔으나, 사람이라 어쩔 수 없어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지냈다고 한다. 요즘 직책이나 감투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을 일삼는 위정자들이나 관리, 학자 등등 유명세를 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자신의 머리보다 큰 삿갓을, 직책이나 직위를 쓰고 있는 모양세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 중심을 잃지 않고 살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럴 땐 방랑시인 김삿갓 님과 곡차 한잔 기울이며 '방랑시인 김삿갓' 노래 한 곡조 뽑으며 마음을 되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구름 뜬 고개 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몸과 마음을 여는 인문학 오디세이'(도서출판 실천) 저자. gi7171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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