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농주*의 새해 아침

청룡이 여의주를 물고 상승하는
새 아침의 햇살 눈부시다
설레임 가득 안고

옷깃 여미며
오체투지 순례자 닮은 첫 발길

*비룡농주(飛龍弄珠): 노는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다.

[시작(詩作)노트]

푸른 기운을 띤 상스런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의 새 해가 밝았다.

용은 시간과 절기를 표현하는 동양의 십이지지(十二地支) 중 유일하게 날아 오를 수 있는 동물이자 인간계에 존재하지 않는 영물이다. 용은 하늘과 땅, 물의 삼계(三界)에서 사는 유일한 동물이기에 전지전능한 능력을 지녔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동양문화권에서 용은 각별한 존재다. 십이지지의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용은 비와 바람을 부리고 생각을 할 줄 알며 사람보다 고등한 영물로 묘사된다. 그래서 용은 왕실의 상징이었으며, 왕이 입는 옷을 용포(龍袍), 왕의 눈물을 용루(龍淚), 왕의 얼굴을 용안(龍顔), 왕이 앉는 평상을 용상(龍床)이라 하였다.

동물이 가지는 최고의 무기를 모두 갖춘 것으로 상상된 용은 그 조화능력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믿어져 왔으며, 특히 물과 깊은 관계를 지닌 수신(水神)으로 신앙되어 왔다. 용은 순 우리말로 '미르' 혹은 '미리'인데 어원은 물을 뜻하는고어(古語) '믈'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사신도(四神圖)에도 포함되어 있다.

사신도는 청룡ㆍ백호ㆍ주작ㆍ현무이다. '좌청룡 우백호'란 말은 현대인에게도 꽤나 익숙하게 회자된다.

새해의 시작이란, 눈이 내린 하얀 설원이 앞에 펼쳐져 있는 느낌을 갖게한다. 시간이라는 미지의 설원을 걸어가면 발자국이 남을 것이다.

그 발자국은 나의 족적이 되는 동시에 다른 이들에게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간에 새로운 길을 가는 일은 설레는 일이면서도 조금은 두렵게도 느껴진다.

누군가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한다. 걷든, 달리든, 기든, 날든, 바위처럼 붙박여 있는 아픈 몸일지라도 한 해를 건너서 새해에 이르렀다면 그 또한 기적이렸다.

오늘 밥을 먹는다고 내일 배가 고프지 않으리란 보장없는 삶이란 것도 안다. 하지만 괜찮지 않은 날도 별일 없듯 살아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대단하지 않은가.

"삶에서 가장 위대한 영예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데 있는 게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 나를 내가 한 성공으로 심판하지 말아 달라. 얼마나 많이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는가를 심판해 달라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의 말이다. "내일은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은 하루"라고 빨간머리 앤도 외친다.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고 삶이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방법이 있다고 믿는, 그리고 이런 세상이 정상이라는 인식까지도 하게 하는, 새해는 그러라고 있는 것일게다.

새해가 왔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묵은해니 새해니 구별하지 말게/ 겨울 가고 봄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사네.’ 조선말 학명 선사의 시다. 매일 매일을 의미있게 살 때 매일이 새해가 될 것이다.

용이 갈구하는 최후의 목표와 희망은 구름을 박차고 승천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민족이 상상해 온 용의 승천은 곧 민족의 포부와 희망으로 표상되고 있다. 청룡의 해인 갑진년

새해에는 국민 모두가 청룡의 기운을 듬뿍 담은 용꿈을 꾸어 더욱 신명나는 한해가 되고, 더욱 상승하는 국운(國運)이 도래하기를, 서로가 함께 할 오늘의 '올 해'도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축복이 가득한 참 착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몸과 마음을 여는 인문학 오디세이'(도서출판 실천) 저자 gi7171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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