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저뭄 기울음 사라짐 존재의 비움,
잿더미 속 마지막 불씨의 아른거림은

선연한 비장함. 아, 그래 적멸 그 자체다
그 어둠 속에서
다시 달이 뜨고 별이 밝아 온다

*김용택 시인의 시 제목, 산양 일주도로 '달아 공원' 가는 길목에 있는 까페 이름이기도 하다. '달아 공원'은 해맞이ㆍ해넘이ㆍ달구경 하기 좋은 명소로 유명.

[시작(詩作)노트]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 중의 하나인 '꿈의 60리' 산양일주도로를 달리다 보면 뉘엿대며 넘어가는 해넘이를 만날 수 있는 '달아공원'이 나온다. '달아공원'의 언덕에 서면 대매물도, 비진도, 학림도, 오곡도, 소지도, 송도, 국도, 연대도, 저도, 연화도, 만지도, 두미도, 추도, 소장재도, 대장재도, 남해도, 가마섬, 곤리도, 사량도, 쑥섬이 그림처럼 점점이 펼쳐진다.

'달아공원'의 해넘이는 미륵산의 일출과 대비되는 통영 8경 중의 하나다. '달아'라는 이름이 예쁘지만 그 이름의 내역을 아는 이는 드물다. 누구는 이곳 지형이 코끼리의 어금니(상아)를 닮아 붙여졌다고도 하고 그냥 달 구경하기 좋아서 '달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하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깃대 끝에 상아로 장식한 호화로운 깃발을 꽂은데서 유래했다고도 하며, 또 학자들은 옛 가야 지역에 많이 분포되었던 다라(多羅)의 지명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달아'가 있는 미륵도가 고대 고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소가야국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루의 끝자락을 장식하는 해넘이는 저토록 비장하고 장엄하게 느껴지는걸까. 글썽이듯 한 생을 마감하는 노을빛은 깊고도 웅숭하다. 잿더미 속 마지막 불씨가 아른거린다. 뚜벅뚜벅 적요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붉은 동백꽃이 순백의 눈 위로 떨어져 서서히 진홍빛으로 물들어 가듯 선연한 비장함까지 느끼게 한다. 고된 하루를 묵묵히 버티고 견디며 온종일 혼신의 에너지를 쏟아 붓다가, 이제는 아무 미련없이 모든 것 훌훌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 경의를 표한다.

그가 사라지기에 밤의 어둠은 피어난다. 그 어둠 속에서 달이 뜨고 별이 밝아 온다. 해가 지는 것은 해가 뜨는 것을 예비하는 반복의 자연 섭리와 일직선상에 있다. 생성과 소멸의 불이법문(不二法門)이다.

오늘따라 겨울바람이 더 차게 느껴지면서, 왠지 모르게 서러움에 붉어진 마음을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추스려 본다.

'몸과 마음을 여는 인문학 오디세이'(도서출판 실천) 저자 gi7171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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