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빵 빵

춥고 배고팠던 시절부터
단맛과 허기를 채워주던
젖과 꿀이 흐르는 달콤한 유혹
풍요 그 자체인 시대에 더 열광하는
심지 깊은 그 맛의 비결은?

[시작(詩作)노트]

'꿀빵'이라고 하면 달콤한 꿀맛이 떠오르지만 사실 통영꿀빵에는 꿀이 없다. 마치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통영꿀빵은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고 기름에 튀긴다. 그리고 겉면에 물엿이나 조청과 통깨를 바른 빵이다.

귀했던 꿀대신 서민들은 대체재로 먹었던 감미료를 사용한 것이다. 물엿과 조청의 차이는 물엿은 곡식에서 인위적으로 녹말을 분리하여 당류로 분해한 것이며, 조청은 곡식과 엿기름을 삭혀 만든 전통 감미료이다. 좀 더 원초적인 맛을 원한다면 단연 물엿보다는 조청을 바르른 쪽이다. 이처럼 꿀처럼 달콤하다는 의미로 '꿀빵'이란 이름을 얻었다. 꿀빵은 궁핍하던시절 단맛에 대한 허기를 채워주던 군것질 거리였다. 그런 꿀빵이 달콤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이토록 각광받고 있다는게 신통방통 할 따름이다.

꿀빵이 처음나올 당시에는 별다른 달콤한 간식이 없었던 시대이기에 '통영꿀빵'은 금새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포만감이 높아 속을 든든하게 해주었고, 통영의 기후에도 쉬 상하지 않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이처럼 '통영꿀빵'이 명성을 얻은 건 얼마되지 않았다. 그 역사는 대략 60여년전 쯤부터 시작되었다. 한국 전쟁 후 미군이 배급해 주던 밀가루로, 통영 제과점들이 앞다투어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다 새로운 종류의 빵들이 많이 나오니까 차츰 그 모습을 감췄으나 소롯이 오직 '통영꿀빵' 한 길 만을 고집하며 오늘 날 까지 그 자리를 지키다가 어느 순간 매스컴을 타고나서 부터 엄청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통영을 대표한다는 꿀빵 브랜드가 바로 '오미사 꿀빵'이다. '오미사 꿀빵'의 특징은 튀겨내도 기름 맛이 안 나는 담백함이 있다고 말한다. 하루에 파는 양도 정해 놓고 있어 늦게 가면 헛걸음을 할 수도 있다는 말에 더욱 소비자를 애타게 하는 매력도 있다.

요즘에는 각각의 상호를 걸고 수공업식으로 생산되는 꿀빵이 허다하다. 그러다보니 맛도 제각각이다. 도넛 속에 넣는 소소도 팥 외에도 고구마, 콩, 밤, 녹차, 견과류 등등의 다양한 재료를 넣은 새로운 꿀빵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미사 꿀빵'의 유명세에 힘입어 이제는 '꿀빵'은 통영을 대표하는 음식의 하나가 되었다. 강구안 문화마당 부근에 근래들어 꿀빵가게가 즐비하게 들어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통영을 찾는 여행객들이 손쉽고 간편하게, 큰 비용 부담없는 '통영꿀빵' 한 두 봉지씩은 사들고 가는게 트렌드가 되어 버렸다는게 또 신통방통할 따름이다. 몇 십년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직 한 길만을 고집하며 거기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이렇게 빛을 보게 되나 보다. 또 하나의 장인의 길을 여기서도 보게 된다.

'몸과 마음을 여는 인문학 오디세이'(도서출판 실천) 저자 gi7171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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