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콜로세움*

블링블링* 여신의 자태와 웃음 속에
날 시퍼렇게 선 비수 품은 채

죽고 죽이는 검투사들의 혈투를
하하 호호 즐기며 박수치고 있다
때로는 감동의 눈물도 흘린다니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고대의 원형 투기장(鬪技場).
*bling bling, 자메이카어의 속어- 힙합분야에서 나온 신조어로 '반짝거리는' 이라는 뜻.

[시작(詩作)노트]

《트롯의 향연》

인생의 부침
한과 서러움 달랜
그 시절 그 곡조

서양의 뮤즈*
동양의 간다르바*
모두 아우른(*그리스 신화 속 음악의 신, *범어로 음악의 신)

동백 아가씨
봄날은 간다ㆍ이별
그냥 목매여

아련한 추억
젓가락 장단 속에
펼쳐진 세월

눈비 오는 날
유난히 가슴치는
그때 그 노래

오로지 실력
어떤 것도 배제된
날선 결기들

정말 잘하네
저리도 많이 있나
트롯 귀재들

정통 한류로
우뚝 설 날이 온다
대견스럽다

진검 승부가
매순간 펼쳐진다
졸이는 가슴

먹먹한 감동
하트수 세어본다
때론 눈물도

그들의 긴장
생생하게 전달돼
입술 축인다

누군간 승자
누군간 패자된다
냉엄한 세계

안방에 앉아
검투사들 경기를
보는 미안함

매번 무대에
목숨 걸고 선단다
무슨 말이 더

즐겨라 즐겨
내 리듬에 몸 싣고
이 순간만은

힘든 시기에
그대들이 있어서
정말 행복해

천상의 음성
만인을 위로하네
그대 고맙소

지난날 추억
소환의 역할도 한
흘러간 가요

가슴속 꾹꾹
욱여 넣으며 견딘
지난한 세월

노랫말에는
구절구절 애환이
우리 얘기들

시대의 삶과
역사가 담겨있네
그 시절 가요

고단한 세상
지치면 안된다네
대신 외치네

팀 미션 대회
손에 땀쥐게 하는
에이스 경연

무거운 어깨
팀원들 생사달린
숨이 멎을 듯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다
뒤집기 한 판

반전에 반전
한편 인생 드라마
감동까지도

상호 격려 속
상호 치열한 경쟁
묘한 눈빛들

웃고 울리는
노랫가락 속 숨긴
승부 본능들

아, 적자생존
먹느냐 먹히느냐
야성의 포효

신이여 내게
온몸으로 불사른
간절한 기도

트롯이란게
소리와 시간 예술
바로 이거군

쇠퇴의 길을
한때 뽕짝 유행가
라고 불리며

트롯트라는
이름 멋지게 탄생
우뚝섰구나

중장년층의
전유물만이 아닌
온 국민 음악

자리매김한
생활 음악으로서
오 장한지고

직설과 솔직
따라 부르기 쉽고
꺽기 창법도

세박자 보단
네박자 쿵짝꿍짝
더 잘 어울려

긴장 완화와
편안함 포근함도
함께 어우른

마술사로다
서로 다른 소리를
하나로 엮는

한 곡조 속엔
수많은 뮤지션의
피땀이 꿈틀

음악 삼요소
멜로디 화음 리듬
한 몸이 됐군

가까이 들려
먼곳의 북소리가
흥과 끼까지

함께 떼창을
그 시절 향수 아른
눈물 콧물도

질퍽하다가
때로는 경쾌 유쾌
종횡무진한

인생 고개를
다함께 차차차로
또 넘어가네

박수도 치고
몸까지 들썩이며
입술도 타고

잠시 내려놔
어려운 논리 지식
가볍게 즐겨

서민의 심신
큰 격식 안따져도
달래 주는군

누가 말하네
싸구려 감흥이라
평범속 진리

감정이입 끝
웃음과 눈물 쏟네
나도 모르게

몰입된 순간
힐링의 최고봉에
올라 서 봤네

부를 수 있지
별 준비운동 없이
성ㆍ속(聖ㆍ俗)을 넘어

매 기다린 밤
한잔 걸친 듯 취기
마냥 불그레

내면의 용암
대리 분출시켜준
그대들 혈투

변신의 변신
숨겨진 다양한 끼
만능 재주꾼

끝난게 아냐
진게 진게 아니야
패자 부활전

눈물이 나오
탈락했다 일어선
역전 드라마

감동이라오
눈물 감춘 패자가
보내는 박수

쓰림 감추고
뒷편에서 응원한
동료들 멋짐

영원한 승자
영원한 패자 없네
그대들 보며

영원한 동지
영원한 적도 없다
바로 이곳이

피를 말린다
이 말 외엔 할 말이
아, 콜로세움

가인(佳人) 그대들
심신의 고통 딛고
잘도 견디오

훨훨 날아라
트롯계 별들 되어
모두를 응원

삶의 등짐을
잠시 내려놓게 한
그대들 생큐

"지상의 모든 것들은 트로트다.
그대가 트로트다.
불후의 합창이고 불멸의 떼창이다"
(전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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