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멘시타(Limmensita)*

풍경 소리 쨍 선정 삼매 깨우다
눈물 속에 피는 꽃
뼈 속까지 시린 매운 향 가득
사는게 수행이렸다 인생도 흘러
좋구나 매화로구나 사랑도 매화로다*

*'눈물 속에 피는 꽃'이라는 뜻, 조니 도렐리(Johnny Dorelli)가 부른 이탈리아 칸소네 곡으로 1967년 산레모 가요제 우승곡이기도 함

*경기 민요 '매화타령' 중

[시작(詩作)노트]

아직도 봄은 저만큼에서 느림보 걸음으로 닥아오고 있는데 매화는 이미 이곳 저곳에서 두런두런거리며 한 봉우리씩 조심스레 꽃을 피우며, 겨울잠을 떨치고 봄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정녕 새 봄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곧 입춘이고 얼마 후 설 연휴가 시작된다. 마치 새해 일출을 보기위해 새벽잠 설치며 칼바람 눈보라 몰아치는 정동진 바닷가에서 손 발 호호 비벼가며 동트는 새벽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매화나무에는 많은 종류가 있는데 동지 전에 피거나 열매가 일찍 맺는 것을 조매(早梅)라 한다.

봄이 오기전 눈이 내릴 때 핀다고 하여 설중매(雪中梅)라고 하고, 한매(寒梅) 또는 동매(冬梅)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그 가지가 구부러지고 푸른 이끼가 끼고 비늘 같은 껍질이 생겨 파리하게 보이는 것을 고매(古梅)라 하여 귀중하게 여겼다.

매화는 부르는 이름이 많다. 꽃봉오리가 풍성하고 잎이 층을 이루면 중엽매화라 하고, 가지와 줄기가 녹색이면 녹엽매라 한다. 원앙매는 한 꼭지에 두개의 열매가 열리는 것을 말하고, 둥글고 작은 열매가 열리며 소매(消梅)라고 하였다.

매화는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위에 청아한 꽃을 피워 그윽한 향기를 뿜어낸다.

매화는 온갖 꽃이 미처 피기도 전에 맨 먼저 피어나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이다. 매화는 창연한 고전미가 있고 더없이 고결하여 가장 동양적인 인상을 주는 꽃으로 정평이 나있다.

매화는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도래한 이래 오랜 기간 거치면서 우리민족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식물 중의 하나이다. 그 꽃은 비록 외래종이긴 하지만 이미 오랜 옛날에 우리의 고유 식물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사랑받는 만큼이나 이름 또한 많나보다. 일지춘(一枝春), 은일사(隱逸士), 청객(淸客), 목모(木母), 빙기옥골(氷肌玉骨, 살결이 고운미인)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모두가 그 맑고 깨끗한 품성을 기려 이르는 말이다.

매화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봄의 문턱에서 꽃을 피움으로써 사람들에게 삶의 의욕과 희망을 가져다주며 힘찬 생명력을 재생시키는 기대를 가지게 해 준다.

특히 겨울동안 마치 죽은 용의 형상과 같은 고목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은 지치고 쇠약해진 늙은 몸에서 정력이 되살아나는 회춘(回春)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연하장에는 이 매화가 어김없이 등장하나 보다.

매화는 힘든 세파 속에서 희망의 싹을, 마음의 봄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꽃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사랑의 체온과 향기를 불어 넣어 주는 꽃이다.

우리가 산다는 건 희망을 향해 걸어가는 길, 그 길이 비록 험난해도 우리는 극복할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있다. 독일의 어느 철학자는 인간을 '살려고 하는 의지의 동물'이라고 일컬었다지.

그러나 이러한 의지와 극복의 힘을 갖고 있어도 희망을 잃어버리면 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희망의 싹, 희망의 봄을 알려주는 매화는 더욱 경외스럽게 비쳐지나 보다.

《매화》

차디찬 눈보라 속
동천(冬天)의 한(恨) 맺힘인가
그래도 백설 분분
하 시절 그리워

가슴 속 잉걸불들
하얀 눈물방울 붉은 눈물방울 되어
가슴 시리도록 활짝 연 사연들

천애(天涯) 고독 속
날 선 저 서릿발 기운
서기(瑞氣) 가득한 새벽녘에
잔설 위로 발돋움하며 내려온
아름찬
송이송이
별송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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