끽다거*

세상사 본디 무상한 것
세상 명리 다 그렇고 그런 것

모두가 다 버리고 갈 허상인걸
무얼 그리 안달 급급 애닯아 하나
여보게 차나 한잔 드시고 가게

*喫茶去: 당(唐)대의 승려 조주의 일화에서 유래한 말로서, '차나 한잔 마시고 가거라'의 뜻. 일상생활이 곧 도(道)라는 평상심지도(平常心之道)와 만물일체(萬物一體 )사상을 대표하는 화두(話頭)로 유명하다.

[시작(詩作)노트]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소용돌이 치는 삶 속으로 던져진 듯한 인생, 허나 세상사가 본디 무상한것 아닐까요? 마음 한자락 내려 놓으면 그게 곧 천당이고 극락인 것을.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 줌의 흙과 바람으로 가는 길이며, 태어나기 이전으로 가는 길이며, 다시 돌아가는 그 길 위에서 울고 웃는다. 그대들 그냥 차나 한잔 하입시더.

《차를 마신다는 것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쉬지 않고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일상의 삶
잠시 내려 놓고
정지된 시간 가져보는 것
느림의 철학을 익혀가는 것
지나온 시간
현재의 시간
다가올 시간
잠시 돌아보게 하는 것
찻잔에 비친 자기 얼굴
한번쯤
새삼스레
들여다 보는 시간 갖는 것

《난향 짙은 햇차를 달이며》

새벽 걸음으로
하늘 빛 마음담아 길어온
석간수 한초롱
내 영혼의 뜨락에
부어 넣는다
흐트러진 마음 문 여미고
무쇠 솥에
물 끓는 소리 들리면
난향 짙은 햇차를 달인다
차 한잔 듬뿍 넣고
별빛 담아 색 입히고
달빛 담아 향 만들고
바람결에 맛을 담아
잔 가득히 따라
들이키는 한 모금 한 모금|
우주 저쪽 끝 어딘가에 숨겨진
순일(純一)한 감미로움
차라리
달빛속 순백의 차꽃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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