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통영 사람들은 고래를 자주 만났을까? TV도 그림책도 없던 시절, 통영 곳곳에 고래라는 지명이 붙여진 건 무얼 뜻할까? 먼바다 욕지도에는 고래강정과 고래머리가 있고, 안바다 학림도에는 고래개능선이 있다. 산양 풍화리에도 고래개가 있고, 광도면 적덕삼거리 뒤에도 고래개능선이 있다. 서북쪽 바다 사량도 곁에 있는 수우도에는 해골바위와 더불어 고래바위가 명성을 떨치고 있다.

울주 반구대 암각화에서 보듯 한반도에선 일찍부터 고래랑 친숙하게 지냈다. 소와 호랑이 등 육지 생물도 있지만, 가장 많이 보이는 게 고래다. 귀신고래, 범고래, 혹등고래 등이 그려져 있다. 고래 사냥을 위한 배와 그물, 작살뿐만 아니라 고래 해체 모습까지 등장한다. 청동기를 지나 신석기까지 추정되는 오랜 옛날부터 고래는 바닷가 사람들의 일상에 있었다.

고래 지명이 생겨난 시기가 명확한 경우는 거의 없고, 오래전부터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들 고래 명칭은 아주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먼 옛날 누군가 이름지었을 것이다.

고래라는 지명이 생겨난 유래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고래가 큰 파도에 떠밀려와서 붙여진 경우와, 고래의 형상을 닮아서 붙여진 경우다. 후자의 경우, 고래 등처럼 편평한 모습의 언덕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수우도의 고래바위는 물 위에 떠 있는 고래 모습이라 조금 다르다.

욕지도의 고래머리는 바다로 내민 언덕의 형상이 고래 머리처럼 둥글다고 해서 생겨난 이름으로 보인다. 욕지도 제2 출렁다리가 있는 고래강정은 고래가 파도에 떠밀려와서 잡혔던 것에 유래한다. 강정은 해수 침식으로 인해 바위가 오목하게 무너져 내린 해안을 말한다.

지난해 5월 남쪽 바다 끝 섬 홍도에 혹등고래가 나타났다. 길이 15m나 되는 거대한 어른 고래였다. 안타깝게도 그물에 몸이 휘감겨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낚싯배 주위를 30분 가까이 맴돈 건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사라져버렸다.

혹등고래는 돌고래나 바다사자 등이 상어나 범고래에게 공격당할 때 자신의 큰 덩치를 이용해 이들을 보호하는 일이 종종 목격된다고 한다. 심지어 상어에게 공격당하는 사람을 자기 지느러미로 감싸서 보호해 주는 일도 있었다.

향고래는 각종 오일의 원천으로 지목되어 석유화학이 발달하기 전 가장 많이 학살당한 고래에 속한다. 새끼를 낳으면 식구들이 공동육아를 하는 모습이 사람과 똑같다. 물속에서 세로로 서서 잠자는 독특한 모습으로 인해 다이버들에게는 꿈의 고래로 불린다. 향고래가 서서 잠자는 모습을 보는 게 꿈이 되어버린.

향고래가 새끼 고래에게 젖먹이는 모습도 환상적이다. 잠자는 모습과 비슷하게 어미 고래가 물속에서 세로로 서 있으면 새끼 고래가 가로로 누워서 어미의 배 쪽에 있는 젖꼭지를 찾아서 문다. 하루에 500리터의 젖을 먹는데, 물속 수유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저자 주. 이야기는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사진은 욕지도 고래강정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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