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gloria) 오카리나여

여리다 그러나 단단한
작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것보다 큰
온 몸으로 품은 후 정성스레 다가가야
거위 발걸음 속에서 비로서
보혈(寶血)*의 음률을 들려 준다는

*보혈(寶血, precious blood):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고귀한 피, 구원의 은혜를 상징

*서혜진 오카리나 전문연주가
*서혜진 오카리나 전문연주가

[시작(詩作)노트]

《작지만 큰 악기 흙피리 오카리나》

수천년을 땅속에서 숨죽이고 기다리며 나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 줄 장인을 기다렸습니다.

수만년을 허공을 맴돌며 인고하며 나에게 혼을 담아 내어줄 악사를 기다렸습니다. 그리하여 마음껏 목청껏 하늘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드디어 인연이 닿아 그 뜨겁디 뜨거운 장작불 가마속에서 더없는 산고를 겪은 후에야 나는 비로서 이렇게 영육을 받아 태어 났습니다.

이제 나는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이제 나는 훨훨 어디에나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단 천상의 오리입니다.

비까번쩍한 악기들의 화사한 모습도 웅장한 자태는 더 더욱 아닐지 모릅니다.

오히려 소박하고 소박합니다

그냥 소담스럽다고 하는것이 더 좋겠네요.

사람이 만든 악기로 사람이 내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목가적이면서 슬프고 따뜻하면서도 소박하고 친근감 넘치는 깊은 맛이 배여있는 소리를 내는 악기라죠.

고사리 손에서부터 팔순의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구분없이 쉽게 친근감있게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고 다가올 수 있답니다.

그만큼 문턱을 낮춰 마음만 먹으면 누구와도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거죠.

영혼을 울리는 소리를, 음악을 나에게서 듣고자 한다면 관심과 사랑과 열정을 보여 주십시오.

그러면 기대에 어그러짐 없이 어느 악기 못지 않게, 어느 음악 장르마다 않고 다가가서 돌려 드릴 것입니다.

이 작은 물체가 마치 뒤뚱거리는 애기 오리처럼 가냘파 보이시겠지만 덩치 큰 어미 오리도 있어서 때론 작은 오리들의 울이 되어주기도 한답니다.

당신의 그 고운 입술이 나에게 와 닿고, 당신이 그 예쁘기도 투박하기도 한 손 내밀며 정성스레 나에게 다가올 때는 진정으로 원하는 당신의 노래 소리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훨훨 날아가는 한 마리 오리가 되어 두 날개 활짝 펼쳐 한 점 부끄럼없이 한 점 걸림없이 무한한 우주속으로 날아 오르겠습니다.

세상의 희노애락을 담아서 노래하며 그리하여 그 선율로 인해 세상이 한층 풍요로와지고 한층 행복해질 천상의 소리를 돌려드리겠습니다.

영광과 평화의 소리를 돌려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나의 영혼과 당신의 영혼이 연인처럼, 절친처럼 두 손 꼭 맞잡은 그때라야 가능할 것입니다.

그때서야 양손 안에 들어오는 작지만 무엇보다 크디 큰 악기라는 사실을 실감할 것입니다.

''나 흙피리 오카리나가 연주하는 음악이 만인을 구원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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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리나 찬가

/최진태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그 땅위에 흙으로 빚은
두 손안에 꼭 들어오는 악기,

소담하지만 어느것보다
아름다운 소리를
뿜어낼 수 있다는 악기,

겉으로는 허술하게 보이나
속 깊고 알 꽉찬
실로 오묘하기 이를데 없는 악기,

쉽게 보았다간 낭패보기 십상
결코 만만치 않은
허허실실 외유내강 자강불식
(自强不息)*의 표상이다

여리다 그러나 단단한
단순하다 그러나 결코 단순하지 않은
작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것보다
크디 큰 악기

아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소홀히 대했다간
결코 속깊은 심지를 헤아릴 수 없다

온 몸으로 품은 후
온 정성을 다해 닥아갈 때에야
뒤뚱뒤뚱 우스꽝스런
거위 발걸음속에서
비로서
온 세상의 소리
온 우주의 소리
온 영혼의 소리
보혈(寶血)의 음률을
접할 수 있다는 악기,

글로리아
오카리나여!

*자강불식(自强不息):
스스로 마음을 굳세게 다지며
쉬지 않고 노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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