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중환자실

봄 눈꽃송이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
봉숫골* 저 벚꽃 축제
내 생에
다시 가볼 수 있을까?
날 앉혀라도 주시게

*통영에서 벚꽃 축제로 유명한 곳, 통영대교 지나 미륵도에 위치한 마을.
'이번 봄도 잘 부탁해!'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올해는 3.23~24일 열림.

 

[시작(詩作)노트]

놓여있다 노년의 삶 투병과 간병 사이/
어떤 병이 닥쳐 올지 예측 불가 인생 노정/때로는 반짝거린 몸 언제까지 유지할까

자식이며 벗님네들 일가친척 있다 한들/그 누구도 날 대신해 아파줄 수 없는 것을/평소에 자신의 건강 부디 살펴 주소서

요양원과 요양병원 오늘날의 고래장 터/떠밀려 이 곳 오면 언제 다시 집에 갈까/산사람은 살아야 한다 이 한마디는 블랙홀

사자가 새끼 사슴 덮치려고 하는 순간/
어미 사슴 가로막아 제 스스로 제물
되네/새끼 사슴 달아나면서 무슨 생각 하였을꼬

자식이 아프며는 엄마는 간병자요/
어미가 아프며는 요양병원 가는 신세/
부모사랑 내리 사랑야 이 말로서 위로될까

말년에 부모님을 몇번이나 닦였던고/
등 뒤에 욕창이나 안 생긴 채 떠나가길/눈 앞에 닥치는구나 돌고도는 인생사

남의 손 빌리지 않고 돌아 눕기 힘들다만/
아직도 마음만은 이팔청춘 그대론 걸/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엔들 있을까

허젓한 담요 속에 잔 숨결 깨지 않게/
가만히 돌아 눕히면 물컹한 욕창까지/
자세를 따라 바꾸며 여린 육신 찔러온다

각목같은 부동자세 눈빛만은 일렁일렁/예사롭게 여겼구나 이 육신 풀고 닫음/세월을 깔고 누운 채 시트 위에 쏟는 시어

꽃핀 적 있었을까 얼어붙은 강물이라/
퀭한 눈 앙상한 노구 하늘 저쪽 눈빛 자주/중환자 병실 밖에는 해가 떠도 해가 진다

잠시동안 머무르다 등 돌리고 떠나가는/자식들의 뒷모습에 일봐라 난 괜찮다/바쁘면 안와도 된다 깨문 입술 피맺혔군

자는 숨에 가려하오 의지 하난 좋다만은/그게 그리 쉬울까요 평소에 노력없이/일념으로 간구해 보면 하늘나라 응답할까

태어남은 하늘의 뜻 떠날 때는 내 의지로/인간의 최소 존엄 지키면서 떠나고파/웰빙도 중요하지만 웰다잉은 더 소중해

 

저작권자 © 한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