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송은 선임기자 
   강송은 선임기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교육과 복지 분야의 다양한 정책제안에 인용된다. 

말 그대로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가정의 책임을 넘어 지역사회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그렇다면 우리 통영지역에서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는 노력을 과연 하고 있는지 반문이 든다.

오히려 지역 아이들의 성장을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어른들이 가로막거나 기회를 뺏고 있지는 않은지 측은한 마음까지 몰려온다.

하지만 어른들의 갖가지 이기심에도, 돌 사이 묵묵히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지역의 청소년들은 지역의 미래를 어른들보다 더욱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통영시가 추진하는 억대 예산 연구용역들이 무색해질 만큼 통영 청소년들은 진지하게 지역현안을, 지역에 다가올 미래를 진단하고 대안들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통영RCE)에서 추진하는 브릿지 투 더 월드(BTW)의 현장에서다.

2008년도에 첫 걸음을 내디딘 브릿지 투 더 월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지역인재 육성, 건강한 자아정체감 확립,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확산을 목표로 하는 재단 대표 청소년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지역 청소년 902명이 교육을 이수, 그 중 199명이 해외탐방의 기회를 얻었다. 브릿지 투 더 월드는 2011년부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프로그램으로 인증 받으며, 2012년 UN대학이 선정하는 RCE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왜인지 국내외적으로 세계유일의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는 브릿지 투 더 월드에 대한 통영시와 지역사회의 관심은 미미한 것 같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간 해외탐방의 기회가 중단되면서 동면의 시간을 보낸 탓도 있겠지만 아쉬운 마음이 깊게 든다.

결국 어른들의 관심 부족은 청소년들의 활동에 더욱 제약을 두고 성장 대신 정체를 가져온다. 두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듣지 않으니 프로그램의 우수성과 수반되는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의 청소년들이 지역의 미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장학금, 등록금 지원 사업 등으로 지역 학생들을 위한 교육지원사업에 충실하고 있다는 생각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지난 18일 1시간 남짓 BTW 결과발표회에 참석한 정점식 국회의원, 천영기 통영시장, 김미옥 통영시의회 의장이 원고에 적힌 글들을 읽어내려 가면서 과연 지역의 청소년들의 현안과 미래를 얼마나 고민했을지도 의문스럽다. 오히려 예산의 증액을 통영시장에게 직접적으로 요구 발언한 김재수 통영교육장의 행동이 진정성이 있을 정도다.

올해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에서 진행한 예체능 장학금, 제15기 BTW, 장애인 아카데미까지 총 3개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1억5천만원이다. 하지만 재단의 총 집행계획은 1억원이다.

이 마저도 예체능 장학금은 당초 7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BTW도 6~7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감액됐다. 통영시 출자출연기관이라 상위기관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지만 편성된 예산을 온전히 소진하지 못하면서 자칫 지역 청소년들의 교육 기회를 어른들이 뺏어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연구용역에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혈세를 펑펑 쓰면서 지역의 미래라고 치켜세우는 청소년들의 교육사업 예산은 정작 감액되고 있는 실정이 뼈아프다.

예산의 증액이 어렵다면 편성된 예산이라도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올바르게 쓰여야 한다. 이는 지역의 미래 청소년들을 위한 어른들의 책무다.

끝으로 천영기 통영시장의 제15기 BTW 결과 발표회 인사말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청소년이 지역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청소년만이 볼 수 있고, 할 수 있는 멋진 일들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 청춘의 열정과 용기로 우리 통영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 여러분들은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칠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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